부유층 가리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 하는 北 주민들
부유층 가리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 하는 北 주민들

부유층 가리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 하는 北 주민들

부유층 가리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 하는 北 주민들 최근 북한 양강도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유층을 가리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다수의 주민과 달리, 부유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잘 살며 부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는 풍자의 표현으로

최근 북한 양강도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유층을 가리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다수의 주민과 달리, 부유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잘 살며 부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는 풍자의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장마당과 주민들 사이에서 ‘세월이야 가보라지, 날 좀 보소’라는 표현이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이 표현은 잘사는 사람들, 특히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고 전했다.

이 표현은 북한 주민들에게 익숙한 두 노래 제목을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먼저 ‘세월이야 가보라지’는 2014년에 발표된 가요로, “노동당의 은덕으로 황혼기도 청춘이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우리 마음 늙을소냐”라는 가사에서 보듯 체제를 찬양하는 곡이다. 또 ‘날 좀 보소’는 상대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의 전통 민요 ‘밀양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경쾌한 가락의 이 민요는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들은 이 두 노래를 교묘하게 섞어,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풍족한 삶을 누리며 부를 과시하는 부유층을 비꼬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데, 갈수록 부를 축적하고 과시하는 이들과 대비되게 다수의 주민은 빈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며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이 표현에 묻어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표현은 최근에 새로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2020년경 한 차례 유행했다가 이내 잠잠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유층 역시 코로나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이에 ‘늘 잘사는 계층’이라는 인식도 그 당시에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표현이 다시 장마당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계층 간 격차가 주민들이 체감할 만큼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극심한 생활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체념과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박탈감을 이러한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코로나 때는 모두가 힘들었지만, 그 이후 지난 몇 년간 잘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격차는 하늘과 땅 사이로 느껴질 만큼 커졌다”면서 “그래서인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누가 이런 말을 만들어냈는지 정말 신통하다’며 강하게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혜산시 주민들은 “어떤 집은 쌀이 없어 굶주리는데 어떤 집은 코를 찌를 듯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옷차림 또한 멋스럽게 하고 다닌다”, “누구는 갈수록 생활 수준이 높아져 차를 사서 타고 다니는데 누구는 자전거도 달구지도 없으니 말해 뭐하겠느냐”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생활이 얼마나 차이가 크면 이런 표현이 나와서 돌고, 사람들이 이 표현에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겠느냐”면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최소한 밥술은 뜰 수 있게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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